부동산 거래나 경매에서 간혹 이전 소유자가 매매 후에도 같은 집에 세입자로 남아 사는 사례가 발생한다. 겉으로 보기엔 “집 주인이 바뀌었을 뿐, 계약 관계만 세입자로 전환된 것 아닐까?” 정도로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실제로는 대항력과 보증금 인수라는 예민한 이슈가 숨어 있다. 전소유주가 ‘점유 + 전입신고’라는 두 가지 요건을 갖춘 순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보장하는 대항력이 그대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생긴다. 이때 새 매수인(또는 경매 낙찰자)은 소유권을 인수하면서 동시에 전소유주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까지 떠안을 수 있다. 말소기준권리보다 빠른 전입일이라면 대항력이, 확정일자까지 갖추었다면 우선변제권까지 인정돼 낙찰가 산정이 완전히 뒤틀릴 수 있다. 결국 문제는 단순히 ‘누가 살고 있느냐’가 아니라 거주와 권리 순위가 겹치는 구조에서 터진다.
경매 대항력 성립 요건: ‘점유’와 ‘전입’의 연속성
대항력은 임차인이 제3자에게 임대차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힘이다. 법적으로는 ① 주택 인도(실거주) ② 전입신고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해야 생성된다. 전소유주가 집을 판 뒤에도 그대로 살면서 전입신고를 유지했다면, 소유권이 바뀐 사실과 무관하게 대항력은 계속 존속한다. 더 까다로운 상황은 ‘매매 당일 전소유주가 곧바로 임대차계약서에 서명 → 전입신고 유지’ 시나리오다. 서류상으로는 권리 순위가 끊기지 않아 말소기준권리보다 앞선 임차권이 그대로 이어진다. 이런 구조는 분양권 전매, 증여 후 재임대 같은 특수거래에서도 빈번히 나타난다. 매수인·낙찰자 입장에선 “소유권이 넘어갔으니 세입자 권리가 뒤로 밀렸다”는 착각이 가장 위험하다. 등기부상 근저당 설정일과 임차인의 전입일 순서를 반드시 대조해야 하며, 점유가 실제로 끊이지 않았는지도 현장 방문으로 확인해야 한다.
보증금 인수 판단: 경매 말소기준권리·배당요구·임대차기간
전소유주 임차인의 보증금을 낙찰자가 인수하느냐의 핵심은 세 단계로 요약된다.
첫째, 말소기준권리보다 전입일이 빠른가? — 빠르면 대항력이 살아 있고, 낙찰자 인수 가능성이 높다.
둘째, 배당요구서를 제출했는가? — 제출했다면 낙찰자가 인수하지 않아도 법원 배당금으로 회수되지만,
제출하지 않았다면 전액 인수할 위험이 남는다.
셋째, 임대차기간이 남아 있는가? — 잔여기간이 남아 있으면 ‘점유 + 전입’이 계속되므로 명도 협의가 까다롭다. 실전에서는 이 세 조건이 복합적으로 얽힌다. 예를 들어 근저당이 2022년 3월 1일, 전소유주 임차인의 전입이 2021년 11월 20일이라면 이미 선순위다. 그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안 했고 계약기간이 2년 남았다면, 낙찰자는 보증금 인수 + 장기간 명도 지연이라는 이중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실전 사례: 경매에서 ‘싸게 샀다’고 믿었지만 결국 3,500만 원 손해
경기 부천의 소형 아파트가 감정가 1억 9,000만 원, 최저가 1억 5,200만 원에 경매로 나왔다. 낙찰자 F씨는 1억 6,300만 원에 단독 입찰로 낙찰을 받았다. 등기부엔 ‘전소유주가 전입’이라는 메모가 있었지만, “소유자니까 대항력 없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매 당일 전소유주가 임차인으로 재계약 후 전입신고를 유지한 상태였다. 전입일은 2021년 4월 5일이었고, 말소기준권리인 근저당은 2021년 9월 3일이었다. 전소유주는 배당요구를 하지도 않았다. 결과적으로 F씨는 보증금 3,000만 원을 고스란히 인수했고, 전소유주 임차인은 잔여기간 10개월을 채운 뒤에야 퇴거에 합의했다. 명도 지연으로 공실 손실 500만 원까지 더해지며 총 3,500만 원의 예상치 못한 손해가 발생했다. F씨가 놓친 것은 단 하나, “전소유주도 임차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과 전입·점유 연속성을 확인하지 않은 점이었다.
결론: ‘소유자였으니 괜찮다’는 착각은 경매에서 버려야 한다
전소유주가 세입자로 남아 있을 때는 소유권 이전일·전입일·점유 지속성·배당요구 여부를 교차 검증해야 한다. 앞서 본 사례처럼 선순위 전입이 확인되면 보증금 인수까지 고려해 입찰가를 재조정하거나, 아예 물건을 패스하는 게 안전하다. 현장 방문으로 생활 흔적을 확인하고, 매각물건명세서·전입세대열람표·임대차계약서를 종합 분석하면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경매에서 중요한 것은 ‘싸게 낙찰받았다’는 기쁨이 아니라 낙찰 후에도 계획한 수익이 온전히 남느냐다. 전소유주 임차인 대항력 여부는 그 수익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변수이므로, 반드시 초기에 플래그를 세워 두고 철저히 체크해야 한다.
경매 현장·서류 이중 체크리스트
- 전입세대 열람: 전소유주 이름·생년월일이 그대로 기재돼 있으면 선순위 가능성 바로 의심. 최근 일주일 이내 전입 변경 내역까지 확인하면 ‘입찰 직전 위장 전입’도 잡아낸다.
- 임대차계약서 원본 확인: 매매‧임대차 계약 날짜가 동일하거나 하루 차이면 위험 신호. 계약금·잔금 입금 증빙이 현금 영수증만으로 끝났는지도 체크.
- 현장 점유 상태: 가족 사진·우편물·냉장고 안 식재료 등 생활 흔적이 꾸준히 이어졌는지 살핀다. 최근에 급히 정리한 흔적(비어 있는 옷장, 가구 덮개 등)은 ‘형식 점유’를 의미할 수 있다.
- 배당요구 접수 여부: 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사건번호 조회 후 ‘배당요구 목록’을 확인하면 접수 유무가 바로 나온다. 접수 안 됐다면 인수 위험 100%.
- 대항력 포기 합의서 가능성: 낙찰 전 소유주·임차인에게 연락이 닿는다면, 명도비 대신 ‘보증금 반환 시 즉시 퇴거 및 대항력 포기’를 공증 받아두는 것도 방어 카드가 된다.
이 다섯 단계를 입찰 전·후로 병행하면, 전소유주 임차인이 숨겨둔 대항력 리스크를 사전에 노출시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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